토요일 오후 청소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 쉬고있는데
엄마는 녹두죽을 한다고 나한테 도움을 청했다.
할머니는 92세이고, 어디 딱히 병은 없는데 시름시름 앓으시고 계신다.
할머니의 생명은 짧은 촛불이 바람 앞에서 흔들거리는 것 같았다.
할머니에게 당한 세월이 많은 엄마이지만
그런 할머니를 위해서 녹두죽을 한다고 나한테 도움을 청한것이다.
내가 할 일은 뜨거운 녹두죽을 밥알이 타지 않도록 계속 쉬지 않고 저어주는 것이다.
이거 뭐 어려운일 일인가 했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팔이 좀 수셨다.
그래서 팔을 바꿔가며 했는데 아.. 본죽 죽이 비싼 이유를 알겠다.
다른 음식과 다르게 죽에는 사람에 노동이 끊임없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랑이 아플 때 무력감을 느낀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픈 사람을 위해서 죽하나 할 수 있는거 아닐까?
솔직히 죽에 사람을 살릴만한 영양도 들어있는것도 아니고 이걸 먹는다고 다시 건강해 지지 않을 텐데 말이다. 내가 아플 때 누군가 나를 위해서 죽을 해줬다.
나 또한 누가 아플 때 죽을 끓여준적이 있다.
음악을 한다는거 누군가를 위해 죽하나 끓이는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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