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청소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 쉬고있는데
엄마는 녹두죽을 한다고 나한테 도움을 청했다.
할머니는 92세이고, 어디 딱히 병은 없는데 시름시름 앓으시고 계신다.
할머니의 생명은 짧은 촛불이 바람 앞에서 흔들거리는 것 같았다.
할머니에게 당한 세월이 많은 엄마이지만
그런 할머니를 위해서 녹두죽을 한다고 나한테 도움을 청한것이다.
내가 할 일은 뜨거운 녹두죽을 밥알이 타지 않도록 계속 쉬지 않고 저어주는 것이다.
이거 뭐 어려운일 일인가 했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팔이 좀 수셨다.
그래서 팔을 바꿔가며 했는데 아.. 본죽 죽이 비싼 이유를 알겠다.
다른 음식과 다르게 죽에는 사람에 노동이 끊임없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랑이 아플 때 무력감을 느낀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픈 사람을 위해서 죽하나 할 수 있는거 아닐까?
솔직히 죽에 사람을 살릴만한 영양도 들어있는것도 아니고 이걸 먹는다고 다시 건강해 지지 않을 텐데 말이다. 내가 아플 때 누군가 나를 위해서 죽을 해줬다.
나 또한 누가 아플 때 죽을 끓여준적이 있다.
음악을 한다는거 누군가를 위해 죽하나 끓이는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2019년 3월 10일 일요일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성장
내가 어렸을때 소풍을 가서 잔디위에서 한참을 노는데 잠깐 자리를 비우는 사이 다른 사람이 내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분명히 내 공인데 부끄러운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내 공을 달라고 말하지 못했었다. 나는 분명히 무언가 두려웠고, 미안했고, 용...
-
‘not a fan 팬인가, 제자인가’ 를 읽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먼저 생각난 성경구절은 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인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
-
제자훈련을 마치며, 박용섭 제자훈련은 사실 내가 간절히 원해서 시작하기 보단 목사님의 요구로 시작하게되었다. 내가 청소년목장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래 청소년 목장은 내가 하기로 선택한거니깐 , 수수료라고 생각하자....
-
DIY 백열전구 설치하기 준비물 : 소캣, 전구, 드라이버, 펜치, 전기테이프 아무것도 설치 안되있는 전기선 작업끝~ 침대위에 조명하나 부족해서, 언젠가 연결해야지 했는데 마침 시간이 있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