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0일 일요일

녹두죽

토요일 오후 청소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 쉬고있는데
엄마는 녹두죽을 한다고 나한테 도움을 청했다.
할머니는 92세이고, 어디 딱히 병은 없는데 시름시름 앓으시고 계신다.
할머니의 생명은 짧은 촛불이 바람 앞에서 흔들거리는 것 같았다.
할머니에게 당한 세월이 많은 엄마이지만
그런 할머니를 위해서 녹두죽을 한다고 나한테 도움을 청한것이다.
내가 할 일은 뜨거운 녹두죽을 밥알이 타지 않도록 계속 쉬지 않고 저어주는 것이다.
이거 뭐 어려운일 일인가 했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팔이 좀 수셨다.
그래서 팔을 바꿔가며 했는데 아.. 본죽 죽이 비싼 이유를 알겠다.
다른 음식과 다르게 죽에는 사람에 노동이 끊임없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랑이 아플 때 무력감을 느낀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픈 사람을 위해서 죽하나 할 수 있는거 아닐까?
솔직히 죽에 사람을 살릴만한 영양도 들어있는것도 아니고 이걸 먹는다고 다시 건강해 지지 않을  텐데 말이다. 내가 아플 때 누군가 나를 위해서 죽을 해줬다.
나 또한 누가 아플 때 죽을 끓여준적이 있다.
음악을 한다는거 누군가를 위해 죽하나 끓이는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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