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6일 월요일

성장

 내가 어렸을때 소풍을 가서 잔디위에서 한참을 노는데 

잠깐 자리를 비우는 사이 다른 사람이 내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분명히 내 공인데 부끄러운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내 공을 달라고 말하지 못했었다. 

나는 분명히 무언가 두려웠고, 미안했고,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한참 나이가 먹고 자격증시험 보기위해 일주일동안 교육을 받고 있는데 

점심시간 이후에 잘 모르는 앞 사람이 내 검정색 팬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처음에는 나랑 똑같은 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신기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혹시 그거 내 팬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리고. 달라고 해야 하는데 내 건데... 그 순간 방금 얘기한 어렸을적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내 것이니깐 달라고 하자. 큰 결심을 하고 

앞사람 어깨를 몇번 치고 저기요 혹시 팬 제꺼 아닌가요? 했더니 

아 저 이거 바닥에서 주었다고 하면서 금방 돌려주었다. 

별것도 아닌것이 나에겐 별것일 수 있었다. 

2022년 10월 25일 화요일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2022년 10월 19일 수요일

수원

 잘 모르는 곳은 처음 받아본 악보 같다. 

아기새가 둥지를 떠나기 위해서 날개짓을 하듯이

한마디 한마디 반복해서 연습을 해야한다. 

그러다가 점점 완성되가는 멜로디에 아름다움에 빠지고

처음의 어리석음은 일부로라도 흉내를 낼 수가 없다. 

단지 시간과 노력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할 뿐이다. 


2022년 9월 27일 화요일

언더그라운드

 26일 대전현대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해

지하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택배관련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평생 땅아래 일하시던 분들이

 땅위가 아닌 더 높은 곳으로 가셨다.

2022년 9월 21일 수요일

사사건건

 사람이란 완벽하지 않은 두려움 덩어리여서 

자꾸 종이로 그것을 기록하고 보관한다. 

오늘도 내 책상위에는 조급함이 만들어낸 이면지가 

가득하다 걱정말아라 절반은 또 쓰임새가 있으니깐 

낙엽처럼 나이테처럼 점점 살이찌는 문서들이 

밤마다 풀벌레들같이 소리낸다 

기억해줘 제발 기억해줘

2022년 6월 15일 수요일

미장원에서

 날씨가 점점 여름으로 달려가는 기차같다. 

앞머리는 종종 눈을 찌르고, 머리를 감고 말리는데 시간이 오래걸려 불편하다!

그래 아저씨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머리를 자르는게 아니라, 불편해서 자른다. 

저녁을 먹고, 바로 읍내에 있는 미용실로 향했다. 

지난 달에 머리를 했던 미용실은 문이 닫혀있었고, 읍내를 한참 돌아보아도 

사람이 줄을섰거나, 가기 찜찜하거나, 문을 닫았거나 그러한 미용실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미용실이 보였다. 

건너편 도로에 주차를 하고, 미용실로 들어갔다. 사장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나에게 관심은 없고 

핸드폰만 보고있었고, 뒤쪽에서 한 미용사가 이 쪽으로 앉으라고 안내를 해줬다. 

자리에 앉은 나는 손으로 머리를 넘겨가면서 옆머리는 8미리로 밀어주시고요, 앞머리는 눈썹위로 잘라주시고

위에 있는 머리는 숱가위로 약간 쳐주세요 라고 말했다. 

미용사님은 자르는 동안 별 말씀도 없었고, 나도 몸이 피곤해서 눈을 감고 조용히 머리를 다 하길 기다렸다.

이제 다 자르고 샴푸를 하고 머리를 말리는데 미용사는 가르마를 만들어주시더니 손에 왁스를 발라주셨다. 

나는 살짝 웃으면서 저 이제 자러 갈껀데요?라고 얘기했는데 미용사는 살짝웃으시더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나서, 오늘은 좋은 꿈을 꾸겠네요 라고 말했는데 헤어드라이기 소리 때문에 못들었는지 

뭐라구요? 오늘은 좋은 꿈을 꿀것같다고요.. 라고 다시 말을했다. 

시간은 8시가 다 되어가는데 하지가 가까워서 그런지 해가 아직 지지 않았다.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기전에 오랜만에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었다. 


다가오는 여름 앞에서 머리를 잘랐다. 

나 스스로는 무언가 대단한 준비를 하는것이다. 

부디 전쟁같은 시간을 잘 지나가고 지나가길 

목표는 귀뚜라미 소리 울리는 가을에 웃는것. 


2022년 5월 29일 일요일

카메라 고장

 남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물건 중 

내게는 소중한 물건들이 있다. 맥북, 기타, 카메라 

그 중에 한 카메라가 고장이 났었다. 

일년 전에 더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샀고, 

고치는데 비용과 시간이 드는게 싫어서 

며칠을 방치 해 두었었다. 

그래도 마음이 걸렸다. 

고치는 비용이 없는건 아니고, 내가 조금만 부지런만 떨면

고칠 수 있겠단 맘이 생겨 서울에 있는 수리점에 문의를 하고 

그쪽으로 택배를 부쳤다. 

하루만에 잘 도착하고 수리기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카메라 상태가 왜 이러냐고 한 참을 꾸중을 들었다.

카메라 이렇게 쓰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그래도 수리하겠다. 말하고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내니

갑자기 친절해진다. 나는 의뢰인에서 고객님으로 바뀌었다.

아무튼 다시 돌아온다면 좀 더 아껴주고 소중하게 써야겠다.

내가 보았던 아름다움을 기억 할 수 있게 도와준 소중한 친구니깐.

2022년 5월 24일 화요일

아득함

 높은 산 정상에 올라가 넓게 펼쳐지 땅 아래를 바라보면 아득했다.

땅끝 파도가 일러이는 바다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면 정말 아득했다. 

처음 군대에간날 제대 날짜를 세어보니 아득했다. 

이 셋중에 가장 아득한것은 바로 3번째인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머릿속으로 상상한 아득함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아주 먼 미래이기 때문이라서 그랬을까?

2년이란 시간도 어쩌면 엄청 긴 시간이고, 

한 사람의 생 또한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을것이다. 

내가 오래 달리는것을 좋아하고 잘하는데 그렇게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수 밖에 없는 것. 

뒤를 돌아볼 것도 없고, 먼 앞을 바라보지 않고 그저 한 발 한 발 달리는 것. 

당신이 지나는 그 길에 계절마다 피우는 꽃들이 반겨주길

작은 나무 그늘에서 쉴 수 있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지혜가 있길.


2022년 5월 9일 월요일

35살

아니 내가 벌써 35살이라니 
남자 나이 35살 이상인데 아직 축구가 취미인 사람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것이다. 
그래
나 뭔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마다 내 가슴이 콩닥콩닥 뛸까?
1994년 미국 월드컵을 보면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게 있었다. 
축.구.선.수 
그건 분명히 내 삶의 이유였다. 
어렸을때 일기장은 온통 축구얘기 밖에 없었다. 
꿈이 있다는거 
그래 그게 진짜 사는거지.

2022년 3월 22일 화요일

할머니

 할머니 저 왔어요, 못 들으셨나? 

할머니 저 왔어요. 몇 번더 불렀는데 

텔레비만 멍하니 보고있는 할머니

2022년 3월 10일 목요일

패배감

 컴퓨터가 없던 어린시절 동네에서 놀던 게임은 

그래 작년에 유행했던 오징어게임과 비슷했다. 

왜 그랬을까? 동네형들에게 패배하고 집에오면

세상 서럽게 울고, 지는 것이 억울하고 화가나고 그랬을까?

점점 나이를 먹고 ‘지는 것이 이기는 거다’라는 어른들의 

말들과 이성과 신앙의 힘으로 이기고 지는 것이 덧없음을 

너무 일찍 깨달은 나는 학교다닐 때도 입시에 관심이 없었고 

꼭 누구보다 더 잘해야지 하는 그런 생각 없이 살았다. 

어제는 내가 투표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

이상한 패배감이 밀물같이 밀려왔다. 

대통령에 낙선한 본인이 가장 힘들텐데 

자기자신이 그 패배를 껴안고 돌아서는 모습이 

성숙한 사람이라도 느껴졌다. 

트럼프는 지져분 했지만 

 에이미와인하우스는 사랑은 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이라고 노래를 불렀다. 그분의 십자가 사랑도 완전한 패배아닌가? 

나도 멋있게 패배하고싶다.



2022년 3월 2일 수요일

입학식

 삼일절 다음날 아침 이미 높이 떠오른 아침 해 아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속에서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메고 학교로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침 찬 공기 속에도 새로운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그런 학생들을 학교로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그렇게 자기들의 두번째 인생을 살아보는걸까?

좋은 것을 배우고, 좋은 사람들이 되어라.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2022년 2월 15일 화요일

컬링

 베징 동계올림픽 한국대 일본 컬링경기를 보았다. 

짧게 승부가 나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딩 대신에 

거의 2시간동안 일어나는 경기는 매 순간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탄식과 기쁨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그것이 얼마나 인생과 비슷한지.

하나의 목표를 (어떤 자리)얻기위해서 얼마나 많이 방해하고 공격하고 방어하고 

또 그것을 이겨내야 하는지. 자기를 믿어주고 또 팀원을 믿어주고 혹여나 실수 하더라도

격려해주고, 더 좋은 방향을 찾기위해 서로 이야기를 하고. 

한국이 이겼다. 일본도 잘했지만 한국이 더 잘했다. 


2022년 2월 13일 일요일

입춘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는 일. 그것이 가장 두려웠다. 
그래서 나의 가장 좋았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 일을 최대한 뒤로 미뤘던것 같다. 최대한 늦게 일어나기 
그러면 은근히 인생이란 놈과 게임에서 1승을 얻은것 처럼 은근히 좋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있다. 누구보다 아침 일찍일어나고 그리고 잘 일어나는걸.
그러니 제발 두려워하지말고 즐겁고 당당하게 하루를 시작하길 
내가 나에게 잠자기전에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2022년 1월 24일 월요일

여기까지

저녁내내 추위속에서 잠들어있는 자동차의 잠을 깨웁니다.  
자동차 유리에 달라붙은 성에는 지난밤 꿈이였을까요?
심장이 따뜻해 지면 그 꿈도 녹을 겁니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하얀공기밥에 김이 모락모락 하는게 사람사는 행복입니다. 
저는 적극적이지도 소극적이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만큼의 두려움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게 나를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이겠지요
위층에서 행복한 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이런것이 층간소음이라면 난 좋습니다. 
이 아파트는 겉은 멀쩡한데 속은 부실합니다. 
인간이 만든것들은 왜 다 그럴까요?
아무리 좋은 것도 오래되면 고장나고 쓸모없어지나요?
가드레일을 부수고 사망한 자동차 운전자는 죽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나는 사고현장을 복구했지만 생명은 복구 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까지만 쓰고 자야겠습니다. 그럼 안녕.

2022년 1월 2일 일요일

정답

 정답의 폭력과 무지의 두려움 속에서 

당신은 당신은

성장

 내가 어렸을때 소풍을 가서 잔디위에서 한참을 노는데  잠깐 자리를 비우는 사이 다른 사람이 내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분명히 내 공인데 부끄러운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내 공을 달라고 말하지 못했었다.  나는 분명히 무언가 두려웠고, 미안했고,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