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9일 수요일

어느 비오는날

내빈각에서 선배와 난 둘이 짜장면을 시켜먹었다. 
후식으로 건너편 편의점에서 돼지바를 먹었다. 
그리고 나서 헤어졌다. 내가 약속이 있어서 
창문을 보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우산을 들고 뒤쫓아 가봤는데 없었다. 

비오는 줄도 모르고 우산을 없이 약속장소에 
도착하고 사람은 여러명인데 우산은 적어서 
나는 너랑 같이 우산을 썼는데 
내가 자꾸 너쪽으로 더 기울이니깐 
내 어깨 한쪽이 젖었어 
그럴 수록 너는 더 움추리고 우산을 든 내 손을 
밀면서 너도 비 맞지마 그랬지.

비오는날 우리집앞에서 그녀와 난 헤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지하철 역쪽으로 가는 길이니 
집에 돌아와 다들 잘 도착했는지 문자로 안부를 묻는데 
너가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주지 않았다고 서운하다고 말했지 
나는 왜 그런걸 몰랐을까? 
나는 내가 한심 했었어

사랑받는 아이들은 엄마가 학교앞에 우산을 들고 서서 기다리지
혹시 우리엄마도 오지 않았을까? 기대를 했지만 같은반 여자애 엄마가
엄마를 찾는 나의 눈빛을 읽었는지 자기 우산을 빌려주셨어
나는 엄마를 통하지 않아도 사랑을 배울 수 있었어.

친구란 우산을 같이 쓰는게 아니라 같이 비를 맞는거라고 했나?
우리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온통 맞아가면서 같이 집으로 달려갔지
미친놈들처럼 교복은 다 젖었고 그래 그때는 그랬어.

차가 생기고 그녀를 만나러 가면 꼭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빗속을 뚫고 갔다는게 맞는 표현일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그렇지 않았지

어릴 때 비가오는 날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은 아버지는 일이 없어서 동네 아저씨들이랑 
술마시며 고스톱을 쳤어.
흐린 구름처럼 안 좋은 예감이 들었어. 

외할아버지는 비가 오면 꼭 우산을 들고 엄마 학교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시냇물이 불어나서 건너기 힘들어지면 
자기 딸을 업고서 그곳을 지났다고 했다. 

군대에서 처음으로 휴가를 받아 내려오는 기차안에서 
창문 밖으로 왠지모르게 슬픈 봄비가 내렸다. 
집에 도착하고 뉴스에 노무현 전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베를린은 봄에 자주 흐리고 비도 잘 오는데 
사람들은 바람막이를 입고 모자를 쓰면서 잘도 걸어다닌다.

그러고 보니 군대에서는 365일 야외에서 생활을 해야하니깐
2년 동안 내린 비를 모두 밖에서 볼 수 있었다. 
하나 확실한건 군대에서 비가 내리면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고 해야할까?

훈련소 거의 끝나갈 때 밖에서 행군하고 밖에서 자야하는데 어떤밤은 비가 내려
텐트사이로 물이 고이기도 하였다. 각개전투할 때 어지러웠는데 
몸의 열이 심해졌다. 결국 훈련에서 제외되고 병원에 가서 
누워 일주일동안 앓았다. 난 평소에 건강한데 가끔씩 심하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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