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6일 화요일

8월 26일 류시화 아침의 시



아침의 시_82

나는 배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궂은 날과 잃어버린 가방과 엉킨 크리스마스트리 전구
이 세 가지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당신과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하든
그들이 당신 삶에서 떠나갔을 때
그들을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삶은 때로 두 번째 기회를 준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양쪽 손에 포수 글러브를 끼고 살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무엇인가를 다시 던져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열린 마음을 갖고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대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 고통이 있을 때에도
내가 그 고통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날마다 손을 뻗어 누군가와 접촉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따뜻한 포옹,
혹은 그저 다정히 등을 두드려 주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 당신이 한 행동은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을
- 마야 안젤루 <나는 배웠다> (류시화 옮김)

마지막 연에 주목하자. 사람들은 우리가 한 말, 우리가 한 행동에 대해선 잊겠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마음을 전달했는가, 어떤 기분을 느끼게 했는가는 잊지 않는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이렇게 표현했다. "삶의 끝에 서면 당신은 자신이 한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당신은 행복했는가, 다정했는가, 자상했는가? 타인을 보살피고 동정하고 이해했는가? 너그럽게 잘 베풀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했는가?"
토니 모리슨,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이자 시인인 마야 안젤루(1928-2014)는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목화밭 노동자의 못생긴 딸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집에서 살다가 엄마에게 보내졌으나 여덟 살 때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한동안 실어증에 걸려 다시 할머니 집에서 자란 안젤루는 시를 가까이 하고 시낭송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서서히 말을 되찾았다. 열여섯 살에는 폐차장에서 한 달 동안 부랑아로 지내다가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단 한 번의 관계로 미혼모가 되었다. 그러나 이웃집 부인의 도움으로 책에서 위안을 찾고, 강인한 할머니 밑에서 자존심과 독립심을 배웠으며, 낙천적인 어머니에게서 긍정을 배웠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식당 조리사, 웨이트리스, 스트립 댄서, 나이트클럽 가수, 사창가 마담, 자동차 정비공, 전차 운전사, 비서, 전문 무용수를 전전했다.
밧줄에 매듭이 많을수록 잡고 올라가기 쉽다. 살아가면서 우리의 영혼은 수많은 상처들로 곳곳에 매듭이 지워져 있다. 그것들을 붙잡고 우리는 감옥에서 탈출해 자유 지대로 올라간다. 40대 초반에 안젤루는 열일곱 살 때까지의 자신의 삶을 기록한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안다(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를 발표했다. 시적인 묘사와 특유의 입담, 뛰어난 비유와 묘사력으로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이 자전적 소설은 뉴욕타임스 최장기 베스트셀러로 2년 연속 1위를 지키며 전세계 17개국에 번역되고 그녀는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책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와 함께 미국 고등학생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새장에 갇힌 새는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노래를 하네
미지의 세계이지만
여전히 갈망하는 것들에 대해
그 노래는
먼 언덕에서도 들을 수 있네
새장에 갇힌 새는
자유를 노래하니까
그 후 시인, 가수, 작곡가, 극작가, 연극배우, 영화배우, 인권 운동가, 대학교수로 활동한 안젤루는 시낭송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마야 안젤루를 '내가 강하고 똑똑한 흑인 여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최초의 인물'이라고 고백했다. 그녀가 지난 5월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 오프라 윈프리, 미셸 오바마 등이 참석해 추도 연설을 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했을 때 안젤루는 말했다. "무엇인가가 싫다면 바꾸라. 바꿀 수 없다면 당신의 태도를 바꾸라. 투덜대지 말고."
<딸에게 보내는 편지(Letter to My Daughter)>에서 안젤루는 썼다.
그날 나는 배웠다
누군가에게 미소를 짓기만 해도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후의 세월은 나에게 가르쳤다
친절한 말 한 마디, 지지 의사표시 하나가
고마운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옆으로 조금만 움직이면
다른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photograph_Ali Alsumay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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